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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드 국립 박물관 | 날개 구조, 열 굴뚝, 국가 서사 아부다비 사디야트 문화지구에 다섯 개의 날개가 솟아 있습니다. 자이드 국립 박물관입니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 저는 이게 조형물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 날개가 실제로 건물을 식히는 장치입니다. 형태와 기능이 이렇게 완벽하게 겹쳐지는 건축을 보는 건 꽤 드문 경험입니다.열 굴뚝으로 작동하는 날개 구조, 자이드 박물관의 패시브 설계건물을 처음 접한 분들이라면 아마 이런 의문이 들 겁니다. "저 날개, 그냥 디자인 아닌가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직접 자료를 파고들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다섯 개의 날개는 열 굴뚝(thermal chimney)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열 굴뚝이란, 건물 내부에 쌓인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원리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수동 환.. 2026. 5. 20.
압구정 갤러리아 재건축 | 상업 건축, 도시 가구, 공공성 압구정로데오역 출구를 나서면 늘 느끼는 감각이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단절된 느낌, 걷고 싶은 거리인데 걷기가 불편한 역설. 그런 동네에 토마스 헤더윅 설계의 '쌍둥이 모래시계' 건물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설레기보다 먼저 "과연 이게 거리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2025년 5월 압구정 갤러리아 서관·동관 건립 심의를 통과시켰고, 이제 그 질문이 현실이 될 차례입니다.압구정 갤러리아, 상업 건축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압구정 갤러리아 하면 많은 분들이 그 특유의 불투명 외벽을 떠올리실 겁니다. 저도 처음 그 건물 앞에 섰을 때,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폐쇄적인 매스(mass, 건축에서 건물의 덩어리나 부피를 뜻하는 용어)가 오히려 '럭셔리.. 2026. 5. 19.
루브르 아부다비 | 빛의 돔, 패시브 냉방, 문화 전략 돔 하나의 무게가 7,500톤입니다. 파리 에펠탑과 맞먹는 질량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구조물입니다. 숫자만 들었을 때는 그냥 크다는 인상에 그쳤는데, 실제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잠깐 멍했습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그렇게 시작됩니다.루브르 아부다비의 빛의 돔, 사진과 실제 사이의 거리일반적으로 루브르 아부다비를 소개할 때는 돔의 형태와 기하학적 패턴을 먼저 언급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건물을 돔의 '모양'으로 기억하는 건 핵심을 비껴가는 느낌입니다. 몸에 실제로 남는 건 형태보다 빛의 밀도였습니다.돔은 7,850개의 별 모양 패널로 구성되어 있고, 이 패널들이 8개 층에 걸쳐 반복 배치되어 있습니다. 바깥쪽 4개 층은 스테인리스 스틸, 안쪽 4개 층은 알루미늄입니다. 태양이 이동.. 2026. 5. 17.
포고 아일랜드 인 | 지역성, 패시브하우스, 공동체 재생 여행지에서 묵은 호텔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은 침대가 편했다거나 뷰가 좋았다는 정도로 남겠지만, 포고 아일랜드 인은 다릅니다. 제가 처음 이 건물을 접했을 때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이건 호텔이 아니라, 장소 자체를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구나." 캐나다 뉴펀들랜드 앞바다의 외딴 섬 위에 세워진 이 여관은, 머무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포고 아일랜드 인, 지역성이 구조로 들어간 건축포고 아일랜드 인은 북대서양 해안에 X자 형태로 배치된 29실짜리 여관입니다. 설계는 뉴펀들랜드 출신으로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토드 손더스(Todd Saunders)가 맡았고, 쇼어패스트 재단(Shorefast Foundation)과 7년 이상의 협업 끝에 완성되었습니다.건물 형태를.. 2026. 5. 17.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 게리의 변곡점, 해체주의, 스타건축 저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을 처음 접했을 때 "게리 건축의 축소판"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빌바오 구겐하임의 그 압도적인 스케일을 떠올리며 방문했다가, 예상보다 훨씬 작은 건물 앞에서 잠깐 멈췄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 건물이 단순한 "게리 스타일의 건물"이 아니라, 게리 자신이 자기 건축 언어를 처음 발견한 장소라는 사실을요.프랭크 게리의 변곡점이 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일반적으로 프랭크 게리 하면 곡선과 금속 패널로 뒤덮인 거대한 조각 같은 건물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그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릅니다.이 건물의 진짜 성격은 "해체주의(Deconstructivism)"와 조형적 곡선이 처음으로 만나는.. 2026. 5. 17.
테시마 미술관 | 감각 장치, 매트릭스, 방문 정보 여행지를 검색하다가 "사진 촬영 금지"라는 문구를 보고 오히려 더 가고 싶어진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테시마 미술관이 딱 그런 곳이었습니다. 세토 내해의 작은 섬, 테시마에 자리한 이 미술관은 "봤다"는 말보다 "머물렀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감각 장치, 테시마 미술관이 감각을 남기는 방식테시마 미술관은 예술가 나이토 레이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함께 만든 공간입니다. 2010년 개관한 이 건물은 섬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형상화한 콘크리트 쉘 구조체입니다. 여기서 쉘 구조(Shell Structure)란 곡면 형태의 얇은 판이 하중을 전체 면으로 분산시키는 구조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 2026. 5. 17.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 | 산책형 공간, 경계 해체, 공공건축 대만 타이중에 12년 만에 완성된 공공건축이 있습니다. 미술관과 도서관을 하나로 합친 그린 뮤지엄브러리입니다. 사진으로 처음 접했을때, 솔직히 "건물인가, 공원인가" 헷갈렸습니다. 그게 이 건물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 이유였습니다.공원 산책처럼 스며드는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의 공간 경험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건물 하나를 정면에서 마주하는 느낌이 아닙니다. 67만 ㎡ 규모의 센트럴파크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 공원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 공간 안으로 발을 들이게 되는 구조입니다. 제가 사진과 도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이 건물이 "오세요"라고 소리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냥 거기 있고, 사람들이 흘러들어오는 방식입니다.SANAA(사나)가 이 프로젝트를 설계했습니다. SANAA란 .. 2026. 5. 17.
글라르 호텔 | 설계 철학, 지역성 소비, 공간 언어 폴란드 볼린 섬에 생긴 글라르 호텔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거친 목재에 흙벽 질감, 호수 뷰까지. 요즘 유행하는 자연주의 럭셔리 호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이 호텔은 그냥 분위기 좋은 숙소가 아니었습니다. 고고학자와 역사학자까지 불러 앉혀 놓고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저는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습니다.글라르 호텔의 설계 철학제가 직접 취재 자료를 뒤져봤는데, 이 호텔을 설계한 노케 아키텍츠(NOKE Architects)가 현장 리서치에 쏟은 시간이 꽤 깁니다. 바르샤바 기반의 건축가 피오트르 마치아셰크와 카롤 파스테르나크는 볼린 섬을 여러 차례 직접 방문했고, 폴란드 과학원 고고학자들과 직접 만나 9~12세기 볼린의 역사를 배웠습니다.. 2026. 5. 17.
시드니 피쉬마켓 | 물결형지붕, 공공성, 도시재생 2026년 1월, 시드니 항구 한쪽에 파도 모양의 거대한 지붕이 들어섰습니다. 새로 개장한 시드니 피쉬마켓(Sydney Fish Market) 이야기입니다. 처음 사진을 봤을 때 솔직히 "이게 수산시장 맞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예상했던 시장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거든요.시드니 피쉬마켓의 물결형 지붕과 워터프론트 건축수산시장 하면 보통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바닥에 고인 물, 짙은 비린내, 좁은 통로를 빠르게 지나다니는 상인들. 대부분 그런 그림을 떠올리실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드니 피쉬마켓을 처음 마주했을 때 당황했습니다. 이 건물은 그 모든 감각을 의도적으로 걷어낸 것처럼 보였거든요.덴마크 건축사무소 3XN이 설계를 총괄한 이 건물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단.. 2026.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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