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1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 파라메트릭 건축, 공학적 설계, 음향설계 사진 속에서 거대한 흰 천이 땅 위에 흘러내린 것 같은 이 건물. 알면 알수록 이 건물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었습니다.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는 국가 정체성, 첨단 엔지니어링, 음향 과학이 한 건물 안에 압축된, 꽤 복잡한 건축물입니다.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와 자하 하디드의 파라메트릭 건축이 건물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를 이해하려면 배경부터 짚어야 합니다. 아제르바이잔은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수도 바쿠의 도시 풍경을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소련 시절의 건축은 대체로 기념비적이고 경직된 형태였습니다. 반복적인 직선, 육중한 콘크리트, 획일적인 파사드.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프로젝트에 담겨 있었습니다.2007년 공모전을 통해 자하 하디드 아키텍.. 2026. 5. 17. 루이 비통 재단 | 프랭크 게리, 유리 돛, 브랜드 건축 전략 파리에 간다고 하면 대부분 루브르나 오르세를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불로뉴 숲 끝자락에 자리한 루이 비통 재단 앞에 섰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건물이라기보다 유리로 만든 거대한 물체가 숲 속에 착지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미술관을 보러 갔다가 건축에 압도당하고 나온 하루였습니다.루이 비통 재단에서 드러나는 프랭크 게리의 유리 돛 설계일반적으로 프랭크 게리의 건축은 사진으로 먼저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독특하다", "조각 같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사진은 형태를 보여주지만,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스케일과 빛의 반응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루이 비통 재단 건물은 12개의 거대한 돛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2026. 5. 17. 테르메 발스 | 발스 규암, 현상학적 건축, 건축 순례지 사진으로 보면 그냥 돌로 쌓인 온천이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서는 순간, 목소리가 절로 낮아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페터 줌토르가 1996년에 완공한 테르메 발스는 '보는 건축'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축'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공간적, 건축적 언어로 풀어보려 합니다.발스 규암과 지형, 테르메 발스가 풍경에 스며든 방식스위스 그라우뷴덴 주의 산골 마을 발스는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작은 곳입니다. 줌토르는 이 지역에서 직접 채취한 발스 규암(Valser Quarzite)을 주재료로 선택했습니다. 규암이란 석영 입자가 고온·고압으로 압축된 변성암으로, 발스 지역 특유의 은빛 결과 층상 구조가 특징입니다. 단순히 지역 재료를 쓴 것이 .. 2026. 5. 17.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 리베스킨트, 공허의 건축, 데콘스트럭티비즘 건축물 앞에서 울컥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진으로만 봤던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자료를 처음 제대로 들여다보던 날,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멋진 곡선이나 웅장한 돔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건물이 말을 걸어오는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상처를 건축 언어로 번역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날 처음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에 담긴 리베스킨트의 공허한 건축 언어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은 폴란드계 유대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1946~)의 설계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1989년 국제 현상 설계에서 당선된 후 정확히 10년이 지난 1999년에 준공되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크지 않지만, 이 건물을 두고 '작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이 건축을 이해하려면 데콘스트럭티비즘(De.. 2026. 5. 17. 베슬(The Vessel) | 허드슨야드, 경험 소비 공간, 참여형 공간 처음 베슬을 봤을 때, 저는 이게 건축물보다는 조각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2,500개의 계단이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르는 구조물 앞에서 든 첫 생각은 "이걸 왜 만들었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의문이 가시기도 전에 이미 줄을 서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베슬은 그런 곳입니다.베슬은 어떻게 허드슨야드의 수직 광장이 되었을까베슬은 허드슨 야드 재개발 프로젝트(Hudson Yards Development Project)의 일환으로 2019년 완공되었습니다. 허드슨 야드 재개발 프로젝트란 맨해튼 서쪽의 낡은 철도 차량기지 부지를 주거·상업·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을 말합니다. 그 중심에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설계.. 2026. 5. 17. 샤넬 도서관 | 문화공간, 도서관이라는 선택, 공공성과 브랜드 전략 패션 브랜드가 도서관을 만든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샤넬이 상하이 파워 스테이션 오브 아트(Power Station of Art, PSA) 안에 '에스파스 가브리엘 샤넬(Espace Gabrielle Chanel)'이라는 현대미술 전문 공공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동시에 중국 본토 최초의 동시대 미술 공공 도서관이라는 타이틀도 붙었습니다. 도서관과 럭셔리 브랜드, 이 두 단어의 조합이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릴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문화공간으로 확장하는 브랜드, 샤넬 도서관요즘 럭셔리 브랜드들이 단순히 제품을 파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실제로 명품 매장보다 미술관 전시나 문화 행사에서 이 브랜드들을 먼저 마주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샤넬만 해도 이번이 .. 2026. 5. 16. 아틀라시안 센트럴 | 하이브리드 목구조, 해비타트, 친환경 건축 저는 이 건물을 처음 조감도로 보았을때 그냥 '나무로 지은 초고층 빌딩'쯤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들여다볼수록 이건 단순한 건축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틀라시안 센트럴은 2027년 초 완공을 목표로 시드니 센트럴 역 인근에 세워지는 39층짜리 하이브리드 목구조 오피스 타워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업용 하이브리드 목구조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이 건물이, 저에게는 건축보다 기업과 도시의 언어처럼 읽혔습니다.아틀라시안 센트럴의 하이브리드 목구조와 해비타트 설계아틀라시안 센트럴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하이브리드 목구조(Hybrid Timber Structure)입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목구조란 CLT(Cross Laminated Timber), 즉 교차 적층 .. 2026. 5. 16. 안도 다다오 | 감각통제, 자연연출, 브랜드화 솔직히 처음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봤을 때, '자연과의 조화'라는 말이 좀 낭만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의 공간 안에 들어서고 나서 든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건 자연을 담은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가장 계산된 방식으로 편집해 놓은 공간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안도 다다오는 건축이 아니라 감각을 통제한다일반적으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자연친화적 설계'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그의 공간 안에서 느끼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자연을 특정 방향으로 집중시킨 감각입니다.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빛의 교회'입니다. 1989년 오사카에 완공된 이 건물은 벽면을 십자가 형태로 잘라내 빛이 실내로 쏟아지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건축 .. 2026. 5. 16. 잃어버린 슈테틀 박물관 | 건축 디자인, 공동체의 기억 보존, 추모 공간의 소비 여행지를 고를 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를 보면 반쯤은 기대하고, 반쯤은 의심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리투아니아 셰두바에 들어선 '잃어버린 슈테틀(The Lost Shtetl)' 박물관은 그 수식어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세계적 건축·디자인상인 프릭스 베르사유(Prix Versailles)가 선정한 2026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7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곳인데, 막상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아름다움과 가장 거리가 먼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잃어버린 슈테틀 박물관의 건축 디자인,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타나는 공간이 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핀란드의 라이너 마흘라마키입니다. 그는 슈테틀(Shtetl), 즉 동유럽 일대에 존재했던 유대인 소규모 마.. 2026. 5. 1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