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1 카라스코 국제공항 | 곡선 지붕, 공공성, 포용성 길이 366미터의 완만한 곡선 지붕 하나가 우루과이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처음 이 터미널 사진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항이 이렇게 낮고 조용하게 땅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게, 익숙한 공항의 문법과 너무 달랐습니다.카라스코 국제공항의 땅을 닮은 곡선 지붕이 만드는 첫인상카라스코 국제공항 신터미널의 지붕은 우루과이 해안의 모래언덕에서 형태를 빌려왔습니다. 낮고 완만하게 흐르는 곡선은 건물을 주변 지형에서 솟아오르게 하지 않고, 오히려 지면에 녹아드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공항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계라면, 이 건물은 그 경계를 날카롭게 끊지 않고 슬며시 이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구조적으로 이 지붕은 캔틸레버(cantilever)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캔틸레버란 한쪽만 고정된 채.. 2026. 5. 30. 블루 플래닛 | 소용돌이 건축, 동선 설계, 랜드마크 수족관 건물이 바다보다 먼저 바다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요? 덴마크 코펜하겐 외곽 카스트루프에 자리한 블루 플래닛(Den Blå Planet)을 처음 마주쳤을 때 제가 든 생각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외관을 보는 순간 이미 무언가에 빨려드는 감각이 있었고, 그게 단순한 시각적 인상이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블루 플래닛의 소용돌이 건축이 만들어내는 '끌어당김'수족관 건물에 "형태가 기능을 말한다"는 원칙이 이렇게 극적으로 적용된 사례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블루 플래닛은 설계 단계부터 메아엘스트롬(maelstrom), 즉 거대한 소용돌이의 형상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메아엘스트롬이란 강한 조류나 바람이 만들어내는 회오리 형태의 물의 흐름으로, 북유럽 해양 문화에서 오래전부터 자연의 강력한 힘을 상.. 2026. 5. 29. 신한 EX:PACE | 커튼 파사드, 정적인 파동, 도시 여백 은행 건물이 천처럼 흔들릴 수 있을까요? 명동 지하철역 근처를 걷다가 저는 그 질문에 정면으로 부딪혔습니다. 신한 EX:PACE를 처음 마주한 순간, "은행이구나"보다 "저게 뭐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차갑고 단단해야 할 금융 건물이 도시 한복판에서 유리 커튼처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신한 EX:PACE의 커튼 파사드, 은행 건축의 문법을 뒤집다대부분의 은행 건축은 신뢰와 안정을 강조하기 위해 묵직한 재료와 직선을 선호합니다. 화강석, 폐쇄적인 입면, 두꺼운 기둥. 이 모든 것이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언어들입니다. 그런데 신한 EX:PACE는 정반대의 방향을 택했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이 건물의 핵심은 커튼월(curtain wall)에 있습니다... 2026. 5. 29.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건축 배경, 공간 체험, 기술 혁신 동대문 한복판, 수십 년 된 원단 가게들과 빽빽한 간판들 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저 은빛 곡선 덩어리. 건물이라기보다 도시 위에 무언가가 내려앉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질감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서울 한복판에 내려앉은 DDP 건축의 배경DDP, 정식 명칭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2007년 서울시가 주최한 국제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건물입니다. 당시 서울시는 역사적으로 가장 번화한 동대문 일대를 문화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세웠고, 그 설계를 이라크계 영국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따냈습니다.자하 하디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2004년 수상한 인물입니다. 여기서 프리츠커 건축상이란 건축 분야에서 가장 권.. 2026. 5. 28. 뮤지엄 산 | 안도 타다오, 빛과 콘크리트, 절제의 깊이 뮤지엄 산을 다녀오고 나서 입구에서 본관까지 걸어가는 그 시간이 전시 관람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뮤지엄 산은 전시를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감각의 속도를 낮추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주변 자연이 어떻게 사람을 바꿔놓는지,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안도 타다오의 건축, 뮤지엄 산저도 처음엔 그냥 미술관이겠거니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벽이 둘러싸고 있었고, 동선이 꺾여 있었고, 시야가 자꾸 막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전부 설계된 것이었습니다.뮤지엄 산의 주차장과 웰컴 센터는 파주석으로 지어졌습니다. 파주석이란 이 지역에서 채취되는 천연 석재로, 황갈색 빛이 도는 따뜻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안도 타다오는 이 돌을 .. 2026. 5. 28. 포도호텔 | 이타미 준, 공간 시퀀스, 지역성 제주도 7대 미립 건축물로 선정된 포도호텔은 단층 26개 객실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호텔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고작 26개 객실인데 어떻게 이 건물이 건축 답사의 성지가 됐을까, 하고요. 직접 가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이해했습니다.이타미 준이 제주에 남긴 건축 철학, 포도호텔포도호텔은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설계한 작품으로, 2001년 완공과 동시에 건축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이타미 준은 프랑스 파리의 기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최초의 건축가이자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수훈자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수많은 건축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그의 건축 언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지역성(Regionalism)입니다. 지역성이란 특정 장.. 2026. 5. 27.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알바루 시자, 자연광, 공간체험 미술관에 갔는데 전시 작품보다 벽이 더 기억에 남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처음으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히 전시를 보러 갔는데, 나오는 길에 머릿속에 남은 건 흰 벽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던 빛이었습니다. 건축이 전시물을 압도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건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작품이었다는 뜻입니다.알바루 시자가 출판사에 지은 미술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정체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해외 문학을 국내에 소개해온 출판사 열린책들이 2010년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에 세운 미술관입니다. 출판사가 미술관을 짓는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낯설었는데, 설립자인 홍지웅 대표가 선택한 건축가가 포르투갈의 알바루 시자(Álvaro Siza)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더 눈길이 갔습니다.알바루 시자.. 2026. 5. 27. 더 샤드 | 수직 도시, 파사드, 랜드마크 런던 브리지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는 순간, 고개를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거기,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깎인 유리 덩어리 하나가 서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 저게 그 건물이구나" 하고 알아봅니다. 그게 더 샤드입니다. 저도 처음 마주쳤을 때 한 5초는 멍하니 올려다봤습니다.수직 도시라는 실험, 더 샤드의 구조와 설계더 샤드는 2012년 완공된 영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로, 지상 310미터, 95층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높이 때문만이 아닙니다. 설계 단계부터 하나의 건물을 도시처럼 운영하려는 개념이 핵심이었습니다.건축가 렌조 피아노는 사실 고층 건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 "고층 건물은 거.. 2026. 5. 20. 루브르 피라미드 | 동선 혁명, 투명성, 그랑 루브르 루브르 피라미드 앞에 처음 섰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진으로 수백 번 봤는데도 실제로 마주치면 당황스러울 만큼 낯설었습니다. 수백 년 된 왕궁 한복판에 유리 구조물 하나가 꽂혀 있는데, 어색하지 않은 겁니다. 그게 더 이상했습니다. 역사 건축과 현대 개입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지, 이 피라미드는 지금도 그 질문에 답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동선 혁명, 루브르 피라미드는 조형물이 아니라 순환 시스템이었다사람들은 루브르 피라미드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생김새에서 멈춥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그 공간을 걸어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피라미드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박물관이 갑자기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드농관, 쉴리관, 리슐리외관, 세 개 동으로 나뉜 거대한 공간이 하나의 중심에서 .. 2026. 5. 2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