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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샤드 | 수직 도시, 파사드, 랜드마크

by 혜이니o 2026. 5. 20.

© TRIPADVISOR

 

런던 브리지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는 순간, 고개를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거기,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깎인 유리 덩어리 하나가 서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 저게 그 건물이구나" 하고 알아봅니다. 그게 더 샤드입니다. 저도 처음 마주쳤을 때 한 5초는 멍하니 올려다봤습니다.

수직 도시라는 실험, 더 샤드의 구조와 설계

더 샤드는 2012년 완공된 영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로, 지상 310미터, 95층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높이 때문만이 아닙니다. 설계 단계부터 하나의 건물을 도시처럼 운영하려는 개념이 핵심이었습니다.

건축가 렌조 피아노는 사실 고층 건물을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 "고층 건물은 거만하고 요새 같다"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설계를 맡은 이유는, 템스강과 철도 선로가 만드는 도시의 활기에서 뭔가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판단이 꽤 정확했다고 봅니다. 더 샤드는 강 위에 떠 있는 유리 조각처럼 보이거든요.

유리 조각 파사드, 런던의 날씨를 반사하는 건축

건물의 형태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는 파사드(facade)입니다. 여기서 파사드란 건물의 외벽, 특히 외부에서 보이는 전면부를 뜻합니다. 더 샤드에는 8개의 경사진 유리 파사드가 있고, 이 조각들이 서로 어긋나게 맞닿아 있어서 건물 이름인 'Shard', 즉 유리 조각이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붙었습니다. 단순히 이름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파사드가 빛을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반사하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이중 외피 구조입니다. 이중 외피(double-skin facade)란 유리벽을 두 겹으로 구성하고 그 사이 공간에서 자연 환기와 빛 조절이 이루어지도록 한 시스템입니다. 내부에는 빛의 양에 따라 자동으로 반응하는 블라인드가 있어 에너지 효율을 높입니다. 흐린 런던 날씨에 회색빛으로 녹아드는가 하면, 해질 무렵에는 붉게 물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건물의 진짜 외장은 어쩌면 유리가 아니라 런던의 날씨라는 말도 틀리지 않습니다.

내부 구성도 독특합니다. 저층부 사무실, 중층부 호텔과 레스토랑, 상층부 주거 공간, 그리고 지상 240미터에 위치한 공공 전망대까지, 하나의 건물이 이 모든 기능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구조입니다. 더 샤드가 단순한 오피스 타워가 아닌 이유입니다.

더 샤드의 구조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높이 310미터, 95층 규모의 복합용도 건물
  • 8개의 경사 유리 파사드와 파사드 사이 균열 구조로 자연 환기 구현
  • 이중 외피 시스템으로 에너지 효율과 빛 조절 동시 확보
  • 4층28층 사무실, 31층33층 레스토랑, 34층52층 샹그릴라 호텔, 53층65층 주거, 68층~72층 전망대로 수직 구분
  • 연간 7,500만 명이 이용하는 런던 브리지역과 직결

탑다운 공법(top-down construction method)도 이 건물 건설에서 주목할 부분입니다. 탑다운 공법이란 기초를 파내려 가는 동시에 위쪽 코어 구조물을 먼저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영국에서는 더 샤드 건설이 사실상 첫 대규모 적용 사례였습니다. 36시간 동안 700대의 트럭을 동원해 5,400 세제곱미터의 콘크리트를 타설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출처: The Shard 공식 사이트).

랜드마크와 상업성 사이, 더 샤드를 바라보는 시선

더 샤드는 개장 첫 해에 전망대 방문객만 100만 명을 넘겼고, 레스토랑과 바에는 하루 최대 6,000명이 찾는다는 수치가 있습니다. 런던 시민들이 이 건물을 얼마나 열렬히 받아들였는지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건물을 바라보면서 느낀 건 조금 다른 방향이기도 했습니다. 더 샤드는 분명 아름답고, 도시와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건물이 카타르 정부 자본으로 지어진 초고가 복합시설이라는 사실은 꽤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전망대 입장도 티켓이 필요하고, 내부의 프로그램 대부분은 소비를 전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공 전망대"라는 표현이 붙어 있지만, 실제 경험은 상업적으로 설계된 구조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부분을 두고 "런던 시민 모두의 랜드마크라기보다 글로벌 금융도시 런던의 광고탑처럼 보인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카타르 중앙은행 총재가 개관식에서 "이 프로젝트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카타르와 영국 두 나라 사이의 관계"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건물 자체가 이미 국제 자본과 외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반면, 이 건물이 공공성을 아예 포기했다고 보는 시각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망대 입장료가 있다고 해서 건물이 도시와 단절된 건 아닙니다. 런던 브리지역과 직결된 구조 덕분에 이 건물은 매일 수십만 명의 통근자들 시야 안에 존재합니다. 그 자체로 도시의 흐름 위에 꽂혀 있는 인프라에 가깝습니다.

결국 더 샤드는 현대 도시 건축이 어떻게 경험 자체를 상품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고, 동시에 초고층이 도시의 공기와 빛을 흡수하며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건축적 증거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맞다는 게 이 건물을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정리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런던의 스카이라인에서 더 샤드가 차지하는 위상은 건축계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런던 시는 교통 허브 인근 고밀도 개발을 권장하는 도시계획 방향 아래 이 건물을 승인했고, 그 결과가 뉴욕식 마천루와는 다른 방식으로 도시와 공존하는 건물로 이어졌습니다(출처: Greater London Authority).

더 샤드를 직접 보면, 위로 갈수록 점점 얇아지다가 첨탑 끝이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느낌이 납니다. 렌조 피아노가 처음부터 "가볍고 투명한 존재"로 만들고 싶었다는 말이 실제로 체감되는 순간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사진보다 현장에서 훨씬 강하게 다가옵니다.

더 샤드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축의 섬세함에 감탄하는 사람도 있고, 자본의 논리가 도시 경관을 점령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두 시각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런던 브리지역 출구에서 한 번쯤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어떻게 느껴지든, 그 판단은 직접 서봐야 생깁니다.


참고: https://www.the-shard.com/about/vision/
https://www.london.gov.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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