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이 366미터의 완만한 곡선 지붕 하나가 우루과이의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처음 이 터미널 사진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항이 이렇게 낮고 조용하게 땅에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게, 익숙한 공항의 문법과 너무 달랐습니다.
카라스코 국제공항의 땅을 닮은 곡선 지붕이 만드는 첫인상
카라스코 국제공항 신터미널의 지붕은 우루과이 해안의 모래언덕에서 형태를 빌려왔습니다. 낮고 완만하게 흐르는 곡선은 건물을 주변 지형에서 솟아오르게 하지 않고, 오히려 지면에 녹아드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공항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경계라면, 이 건물은 그 경계를 날카롭게 끊지 않고 슬며시 이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구조적으로 이 지붕은 캔틸레버(cantilever)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캔틸레버란 한쪽만 고정된 채 반대쪽으로 돌출된 구조 방식으로, 별도의 기둥 없이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지붕은 북쪽으로 33.5미터, 남쪽으로 26미터씩 건물 밖으로 뻗어 나와 있습니다. 덕분에 출발홀 안에서는 기둥이 시야를 가로막지 않고, 하나의 거대한 공간감이 유지됩니다.
지붕을 떠받치는 것은 직경 450밀리미터의 강철 파이프로 만든 V자형 기둥입니다. 이 V자형 구조가 지붕 트러스(truss) 시스템을 지지합니다. 트러스란 삼각형 단위 구조를 반복 연결해 넓은 스팬을 버티는 골조 방식인데, 이 건물에서는 직교 방향으로 각각 4미터 깊이의 철골 트러스가 맞물려 불규칙한 평면과 높이 변화에 대응합니다. 터미널 중앙부의 지붕 높이는 가장 낮은 지점이 26미터, 가장 높은 지점이 37미터에 달합니다.
제가 이 건물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지붕 내부 마감입니다. 흰색 티타늄 기반 스트레치 비닐 멤브레인으로 마감된 천장에는 조명, 스프링클러, 스피커 등 어떤 설비도 뚫고 나오지 않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 결과 천장은 하나의 이음매 없는 곡면처럼 보입니다. 복잡한 구조 계산이 결국 이 단순한 인상 하나를 만들어냈다는 게, 좋은 기술이 어떻게 스스로를 감추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성이 돋보이는 모두를 위한 공항
제가 직접 이런 공간을 경험해보니 느끼는 건, 보통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는 사람은 입구 로비에서 금방 밀려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보안 검색대 이후 공간은 승객만의 영역이고, 배웅 나온 가족은 그 경계 앞에서 손을 흔들고 돌아서야 합니다. 카라스코 터미널은 그 장면을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출발층 위쪽 3층에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지 않고도 올라갈 수 있는 조경 테라스가 있습니다. 이 테라스에서는 활주로와 출발홀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고, 레스토랑과 문화 공간도 함께 배치되어 있습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승객이 아니라, 누군가를 배웅하러 온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라파엘 비뇰리가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드라마틱하고 따뜻한 공간을 선사한다"고 말한 맥락이 이 테라스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 설계 결정의 배경에는 우루과이의 문화적 맥락이 있습니다. 아직도 가족과 친구들이 공항에 직접 마중을 나오고 배웅을 하는 문화가 살아 있는 나라에서, 공항을 승객만을 위한 통과 시설로 보지 않은 것입니다. 공항을 만남과 이별이 일어나는 공공장소로 본 시선이, 이 터미널의 공간 구성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입니다.
카라스코 터미널의 공공성이 돋보이는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안 검색 없이 접근 가능한 3층 조경 테라스
- 도착 승객이 유리로 마감된 메자닌 콘코스를 통해 공간 전체를 처음부터 조망할 수 있는 동선
- 1층을 개방하는 아트리움 구조로 지상층까지 자연광이 유입되는 설계
- 가족·친구를 위한 공용 홀과 여행객 동선을 분리하되 시각적으로 연결한 구성
공항의 아트리움(atrium)이란 건물 내부에 위치한 대형 개방형 공간으로, 여러 층을 관통하며 빛과 시선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카라스코의 아트리움은 도로 입구 옆에 배치되어 1층 도착홀에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출발과 도착이라는 두 흐름을 공간적으로 연결합니다.

압도보단 포용을 택한 건축
좋은 공항 건축을 보면서 늘 하게 되는 질문이 있는데, 이 건물에서도 그 질문은 피해 가지 않습니다. 카라스코 터미널은 면세 구역이 출발과 도착 양쪽 동선 모두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승객은 곧바로 면세 구역으로 연결되고, 도착 승객 역시 입국 심사와 수하물 찾는 곳 사이에 면세 쇼핑 구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항 건축이 얼마나 공공성을 강조하든, 결국 공항은 상업적 인프라의 일부입니다. 국제공항협회(ACI)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공항 수익에서 비항공 수익, 즉 면세점과 상업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출처: ACI World). 카라스코 역시 그 구조 안에 있습니다. 다만 그 차가운 시스템을 얼마나 인간적인 표정으로 감싸느냐가 이 건물이 다른 공항과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튼월(curtain wall) 시스템도 이 건물의 성격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커튼월이란 건물 하중을 지지하지 않고 외부 환경을 차단하는 비내력 외벽 시스템으로, 카라스코 터미널에서는 저방사율 코팅 처리된 유리가 사용되었습니다. 저방사율 코팅이란 유리 표면에 금속 산화물 막을 입혀 열 손실을 줄이고 자연광은 통과시키는 처리 방식입니다. 이 덕분에 실내는 밝고 개방적으로 유지되면서 냉난방 에너지는 절약됩니다. 캔틸레버 지붕이 모든 내부 공간에 그늘을 제공하는 것도 열환경 관리에 기여합니다. 지속 가능한 설계 측면에서 라파엘 비뇰리 건축사무소는 ASHRAE 62 기준을 충족하는 환기 시스템과 빗물 재활용 관개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ASHRAE 62란 미국냉난방공조학회가 제정한 실내 공기질 기준으로, 환기량과 공기 청정도에 관한 국제적 기준으로 통용됩니다(출처: ASHRAE).
요즘 많은 공항이 국가의 위상을 드러내기 위해 높이 솟아오르는 형태를 선택하는데, 카라스코는 반대 방향을 택했습니다. 낮고 길게, 수평으로 땅과 관계를 맺는 이 건물은 "우리도 대단하다"는 선언보다 "이곳에 도착했다"는 안정감을 먼저 건넵니다. 공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우루과이가 어떤 나라인지 말하는 방식으로, 압도보다 포용을 선택한 건축입니다.
카라스코 국제공항 신터미널은 기능은 철저하지만 표정은 부드러운 공항입니다. 공항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이 건물이 보안과 상업의 논리를 어떻게 건축적으로 다루고 있는지 구체적인 동선과 단면 구성으로 살펴보는 것을 권합니다. 지붕 하나가 공간 전체의 감정을 바꾼다는 것, 이 터미널이 가장 조용하게 증명하는 명제입니다.
참고: https://archello.com/fr/project/carrasco-international-airport-new-termi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