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여행4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건축 배경, 공간 체험, 기술 혁신 동대문 한복판, 수십 년 된 원단 가게들과 빽빽한 간판들 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저 은빛 곡선 덩어리. 건물이라기보다 도시 위에 무언가가 내려앉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질감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발걸음이 멈춰졌습니다.서울 한복판에 내려앉은 DDP 건축의 배경DDP, 정식 명칭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2007년 서울시가 주최한 국제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건물입니다. 당시 서울시는 역사적으로 가장 번화한 동대문 일대를 문화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세웠고, 그 설계를 이라크계 영국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따냈습니다.자하 하디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2004년 수상한 인물입니다. 여기서 프리츠커 건축상이란 건축 분야에서 가장 권.. 2026. 5. 28. 포도호텔 | 이타미 준, 공간 시퀀스, 지역성 제주도 7대 미립 건축물로 선정된 포도호텔은 단층 26개 객실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호텔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의아했습니다. 고작 26개 객실인데 어떻게 이 건물이 건축 답사의 성지가 됐을까, 하고요. 직접 가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이해했습니다.이타미 준이 제주에 남긴 건축 철학, 포도호텔포도호텔은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설계한 작품으로, 2001년 완공과 동시에 건축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이타미 준은 프랑스 파리의 기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최초의 건축가이자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수훈자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수많은 건축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그의 건축 언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지역성(Regionalism)입니다. 지역성이란 특정 장.. 2026. 5. 27.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알바루 시자, 자연광, 공간체험 미술관에 갔는데 전시 작품보다 벽이 더 기억에 남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처음으로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분명히 전시를 보러 갔는데, 나오는 길에 머릿속에 남은 건 흰 벽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던 빛이었습니다. 건축이 전시물을 압도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건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작품이었다는 뜻입니다.알바루 시자가 출판사에 지은 미술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의 정체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해외 문학을 국내에 소개해온 출판사 열린책들이 2010년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에 세운 미술관입니다. 출판사가 미술관을 짓는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낯설었는데, 설립자인 홍지웅 대표가 선택한 건축가가 포르투갈의 알바루 시자(Álvaro Siza)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더 눈길이 갔습니다.알바루 시자.. 2026. 5. 27.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 게리의 변곡점, 해체주의, 스타건축 저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을 처음 접했을 때 "게리 건축의 축소판"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빌바오 구겐하임의 그 압도적인 스케일을 떠올리며 방문했다가, 예상보다 훨씬 작은 건물 앞에서 잠깐 멈췄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 건물이 단순한 "게리 스타일의 건물"이 아니라, 게리 자신이 자기 건축 언어를 처음 발견한 장소라는 사실을요.프랭크 게리의 변곡점이 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일반적으로 프랭크 게리 하면 곡선과 금속 패널로 뒤덮인 거대한 조각 같은 건물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은 그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릅니다.이 건물의 진짜 성격은 "해체주의(Deconstructivism)"와 조형적 곡선이 처음으로 만나는.. 2026. 5.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