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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여행6

뮤지엄 산 | 안도 타다오, 빛과 콘크리트, 절제의 깊이 뮤지엄 산을 다녀오고 나서 입구에서 본관까지 걸어가는 그 시간이 전시 관람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습니다. 뮤지엄 산은 전시를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감각의 속도를 낮추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주변 자연이 어떻게 사람을 바꿔놓는지, 직접 걸어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안도 타다오의 건축, 뮤지엄 산저도 처음엔 그냥 미술관이겠거니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벽이 둘러싸고 있었고, 동선이 꺾여 있었고, 시야가 자꾸 막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전부 설계된 것이었습니다.뮤지엄 산의 주차장과 웰컴 센터는 파주석으로 지어졌습니다. 파주석이란 이 지역에서 채취되는 천연 석재로, 황갈색 빛이 도는 따뜻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안도 타다오는 이 돌을 .. 2026. 5. 28.
루브르 아부다비 | 빛의 돔, 패시브 냉방, 문화 전략 돔 하나의 무게가 7,500톤입니다. 파리 에펠탑과 맞먹는 질량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구조물입니다. 숫자만 들었을 때는 그냥 크다는 인상에 그쳤는데, 실제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잠깐 멍했습니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그렇게 시작됩니다.루브르 아부다비의 빛의 돔, 사진과 실제 사이의 거리일반적으로 루브르 아부다비를 소개할 때는 돔의 형태와 기하학적 패턴을 먼저 언급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건물을 돔의 '모양'으로 기억하는 건 핵심을 비껴가는 느낌입니다. 몸에 실제로 남는 건 형태보다 빛의 밀도였습니다.돔은 7,850개의 별 모양 패널로 구성되어 있고, 이 패널들이 8개 층에 걸쳐 반복 배치되어 있습니다. 바깥쪽 4개 층은 스테인리스 스틸, 안쪽 4개 층은 알루미늄입니다. 태양이 이동.. 2026. 5. 17.
테시마 미술관 | 감각 장치, 매트릭스, 방문 정보 여행지를 검색하다가 "사진 촬영 금지"라는 문구를 보고 오히려 더 가고 싶어진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테시마 미술관이 딱 그런 곳이었습니다. 세토 내해의 작은 섬, 테시마에 자리한 이 미술관은 "봤다"는 말보다 "머물렀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처음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감각 장치, 테시마 미술관이 감각을 남기는 방식테시마 미술관은 예술가 나이토 레이와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가 함께 만든 공간입니다. 2010년 개관한 이 건물은 섬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형상화한 콘크리트 쉘 구조체입니다. 여기서 쉘 구조(Shell Structure)란 곡면 형태의 얇은 판이 하중을 전체 면으로 분산시키는 구조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 2026. 5. 17.
테르메 발스 | 발스 규암, 현상학적 건축, 건축 순례지 사진으로 보면 그냥 돌로 쌓인 온천이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서는 순간, 목소리가 절로 낮아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페터 줌토르가 1996년에 완공한 테르메 발스는 '보는 건축'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축'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공간적, 건축적 언어로 풀어보려 합니다.발스 규암과 지형, 테르메 발스가 풍경에 스며든 방식스위스 그라우뷴덴 주의 산골 마을 발스는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작은 곳입니다. 줌토르는 이 지역에서 직접 채취한 발스 규암(Valser Quarzite)을 주재료로 선택했습니다. 규암이란 석영 입자가 고온·고압으로 압축된 변성암으로, 발스 지역 특유의 은빛 결과 층상 구조가 특징입니다. 단순히 지역 재료를 쓴 것이 .. 2026. 5. 17.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 리베스킨트, 공허의 건축, 데콘스트럭티비즘 건축물 앞에서 울컥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진으로만 봤던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자료를 처음 제대로 들여다보던 날,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멋진 곡선이나 웅장한 돔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건물이 말을 걸어오는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상처를 건축 언어로 번역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날 처음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에 담긴 리베스킨트의 공허한 건축 언어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은 폴란드계 유대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1946~)의 설계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1989년 국제 현상 설계에서 당선된 후 정확히 10년이 지난 1999년에 준공되었습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크지 않지만, 이 건물을 두고 '작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이 건축을 이해하려면 데콘스트럭티비즘(De.. 2026. 5. 17.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왜 아직도 미완성일까 | 가우디, 관광 소비의 상징 1882년에 공사가 시작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완공되지 않은 채 서 있습니다. 150년 가까이 이어지는 공사,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솔직히 황당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위대한 건축물이라기보다, 끝나지 못한 무언가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왜 150년째 미완성일까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처음부터 가우디의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1882년 착공 당시 설계를 맡은 건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빌라였고, 가우디는 그다음 해인 1883년에 뒤를 이어받았습니다. 이후 가우디는 카탈루냐 모더니즘(Catalan Modernisme)이라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이 성당에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카탈루냐 모더니즘이란 1.. 2026.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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