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틀라시안 센트럴 | 하이브리드 목구조, 해비타트, 친환경 건축

by 혜이니o 2026. 5. 16.

© https://www.shoparc.com/projects/atlassian-hq/

 

저는 이 건물을 처음 조감도로 보았을때 그냥 '나무로 지은 초고층 빌딩'쯤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들여다볼수록 이건 단순한 건축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틀라시안 센트럴은 2027년 초 완공을 목표로 시드니 센트럴 역 인근에 세워지는 39층짜리 하이브리드 목구조 오피스 타워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업용 하이브리드 목구조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이 건물이, 저에게는 건축보다 기업과 도시의 언어처럼 읽혔습니다.

아틀라시안 센트럴의 하이브리드 목구조와 해비타트 설계

아틀라시안 센트럴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하이브리드 목구조(Hybrid Timber Structure)입니다. 여기서 하이브리드 목구조란 CLT(Cross Laminated Timber), 즉 교차 적층 목재와 철골 프레임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 방식을 말합니다. 나무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하중과 진동 문제를 철근과 조합해 보완하는 방식인데, 이 덕분에 상업용 초고층 건물에도 목재를 주요 구조재로 도입할 수 있게 됩니다. 기존의 콘크리트 중심 공법과 비교했을 때 제조 및 시공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 핵심 이유입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는 초기 내재탄소(Embodied Carbon) 50% 절감을 목표로 내세웁니다. 내재탄소란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된 자재 생산, 운반, 시공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의미합니다. 즉, 건물이 완공된 이후가 아니라 지어지는 과정에서 이미 얼마나 탄소를 덜 쓰느냐를 따지는 개념입니다. 제가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꽤 놀랐던 게, 보통 친환경 건축 논의가 운영 단계의 에너지 효율에 집중하는 반면, 이 프로젝트는 시공 단계부터 탄소 감축을 설계에 포함시켰기 때문입니다.

운영 단계에서는 100% 재생에너지 기반을 목표로 하며, 자연환기가 가능한 구역과 기계식 공조(HVAC) 구역을 혼합 운용하는 냉난방 및 환기 전략도 적용됩니다. HVAC란 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의 약자로, 건물 내 온도·습도·공기질을 통합 제어하는 설비 시스템입니다. 모든 공간을 동일하게 기계로 냉난방하지 않고, 자연환기가 가능한 구역을 분리해 운용한다는 점은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세계 녹색 건축 위원회(World Green Building Council)에 따르면 건물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복합적 전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출처: World Green Building Council).

설계에 참여한 BVN 아키텍츠와 SHoP 아키텍츠는 이 건물을 단일 타워가 아닌 '해비타트(Habitat)'의 집합체로 정의했습니다. 해비타트란 생태적 서식 환경을 뜻하는 개념으로, 이 프로젝트에서는 업무·휴식·협업·녹지 공간이 하나의 군집을 이루는 층별 커뮤니티 단위를 가리킵니다. 한 층의 평면 효율이 아니라 하나의 마을처럼 기능하는 덩어리 단위로 설계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아틀라시안 센트럴의 설계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이브리드 목구조(CLT + 철골 프레임) 적용으로 초기 내재탄소 50% 절감 목표
  • 자연환기 구역과 기계식 HVAC 구역의 혼합 운용
  • 해비타트 단위 설계로 층별 커뮤니티 형성
  • 100% 재생에너지 기반 운영 목표
  • 저층부 공공 통로·열린 광장·리테일 공간 포함

친환경 건축이라는 언어, 그게 윤리인가 전략인가

제가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가장 오래 붙잡혀 있었던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친환경 건축이 진짜 환경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기업 이미지를 위한 것인가. 두 가지가 양립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 비중이 어디에 더 쏠려 있느냐는 꽤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틀라시안은 호주 기반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39층짜리 건물을 세우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브리드 목구조'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 건, 건축 기술의 도전인 동시에 브랜딩 언어처럼 작동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의 프로젝트는 언제나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기술적으로 실제 성과를 내면서, 동시에 그 성과를 통해 기업이 어떤 가치관을 가진 조직인지를 외부에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해비타트 개념이나 녹지 공간, 라운지와 발코니 같은 전이 공간 설계가 단순히 복지 차원이 아니라 아틀라시안이 내세우는 기업 문화, 즉 개방적 협업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공간으로 구현하는 장치라는 점이었습니다. 공간이 직원의 행동 패턴과 감정 상태를 설계하는 수단이 된다는 건, 과거 오피스가 책상 배열과 칸막이로 효율을 관리하던 방식과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파사드 엔지니어링(Facade Engineering)도 눈여겨볼 요소입니다. 파사드 엔지니어링이란 건물 외피 시스템 전체를 구조적·환경적으로 설계하는 분야로, 단순한 외관 디자인이 아니라 일사량 조절, 단열, 자연환기 등 건물 성능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영국의 EOC가 구조 및 파사드 엔지니어링을 맡았는데, 목구조와 파사드를 함께 설계함으로써 에너지 성능과 구조 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한 점은 분명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이 건물이 들어서는 부지는 과거 철도 인프라와 산업 시설이 있던 자리입니다. 기존의 철도 관련 건축 요소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공 프로그램과 결합하는 방식은 어반 리질리언스(Urban Resilience) 관점에서 의미 있습니다. 어반 리질리언스란 도시가 역사적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능과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도시재생 분야에서 유네스코와 각국 도시계획 기관이 강조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출처: 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저는 아틀라시안 센트럴이 완벽한 해답이라기보다, 지금 이 시대가 초고층 오피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가장 크게 드러낸 사례라고 봅니다. 친환경이라는 언어가 마케팅이든 윤리든, 그것이 실제 기술과 수치로 구현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은 적어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2027년 완공 이후 실제 성과 데이터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오피스를 고르거나 도시 개발 방향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아틀라시안 센트럴이 제시하는 해비타트 단위 설계와 혼합 환기 전략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높이 짓느냐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숨 쉬고 관계 맺느냐가 앞으로의 오피스를 평가하는 언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https://design.co.kr/article/145892/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